초등학교 6학년 가을 날 저녁, 아버지는 형과 저를 가설극장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극장이 없던 시골인데 봄, 가을이면 시냇가 고수부지에 천막을 둘러치고 조금 지난 영화를 상영하는 가설극장이 들어오곤 했지요. 난생처음 영화구경을 가는 게 낯설었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신바람 나는 일이었습니다.6,25 한국전쟁을 그린 ‘피어린 구월산’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요. 그러다 아버지가 어깨를 들먹이며 우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지요. 돌아오면서 "아버지 영화가 슬프셨어요?"라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아버지는6,25 한국전쟁 참전용사였지요. 아버지는 자식들과 술자리를 함께 할 때면 무성영화 시대에 관객들 앞에서 영화흐름을 설명을 해 주던 변사(辯士)처럼 6·25 전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