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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높고 짙푸른 하늘아래 산들이 울긋불긋 현란한 색동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지난여름 땀 흘리며 가꾼 열매들이 터질 듯 탱글탱글하지요. 여기저기에서 후두 둑 후두 둑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귀뚜리소리에 맞춰 고추잠자리 떼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지요. 눈빛 환한 한낮에도 총총 별이 내리고 낮달이 푸른빛으로 하늘자락에 걸려 있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지요. 옷깃을 세우고 낙엽 지는 벤치에 앉아 있으면 그가 바로 시인이요,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윗저고리 깃을 세운 채 걸어가면 그가 바로 생각에 잠긴 철학자입니다. 가을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지요. 하늘이 뚫린 듯 쏟아 붇는 장대비에 천둥 번개까지 몰아치는 여름에는 그리 깊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가을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카테고리 없음 2022.10.29

남을 부각하는 게, 나를 더 부각하는 것^^

“저보다 선배 사무관이 많습니다. 제가 가면 지사님도, 저도 욕먹습니다.” “모두 그 자리는 가기 싫다고 해서 국장에게 일임했더니 홍 비서관을 지목했습니다. 욕먹을 일 없어요.” 이인재 경기도 문화관광 국장은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이 상당해 그가 관장하는 부서에 가기를 꺼렸습니다. 공석이었던 문화정책과장 자리에 후임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자 임창열 지사가 국장에게 일임했고, 국장이 나를 지명했던 것이지요. 등 떠밀려갔지만 열심히 일했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국장은 저를 따거(大哥:형)라 부르며 예우해 주었습니다. 내가 그 부서로 가게 됐을 때 걱정 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차츰 인식이 달라졌지요. 이 국장은 장점이 많았다. 특히, 성과와 칭찬을 직원에게 돌리는 게 참 멋있었습니다. “홍 과장! 문화재단..

카테고리 없음 2022.10.17

잣을 따는 원숭이^^

30년도 넘은 임사빈 지사시절, ‘가평의 잣을 따는 일에 원숭이’라는 특이한 신문기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원숭이를 ‘잣을 채취하는 일을 시킨다.’는 것이었지요. 급기야 며칠 후, TV에 원숭이들을 훈련시키는 영상이 소개되는 등 한동안 세간의 화제로 회자(膾炙)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토픽에도 등장을 했지요. 그런데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게 임 지사였다는 게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임지사 수행 비서로 일해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요. 임 지사가 가평군 연두순시를 가서 주민들과 신년교례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잣 농가 주민들은 “일손이 달려 잣 수확에 어려움이 많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했지요. 당시 가평엔 800여 잣 농가가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 전국 수..

카테고리 없음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