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엘 들어서서
지리산엘 들어서서 홍 승표 지리산으로 떠나는 날엔 줄곧 비가 내렸습니다. 초저녁에 출발해서 비몽사몽 도착했는데 신통하게도 하늘엔 간간히 별이 보이더군요.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새벽 3시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칠 흙 같은 어둠을 밝혀가며 한 걸음 한걸음 내딛었지요. 때로 돌부리에 걸리고 나무 가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지요. 법계사 앞에서 김밥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렴풋한 여명이 주위를 밝히기 시작하더군요. 또 다른 기운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사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고행중의 고행이지요. 아마도 돈을 받는 일이라면 아무도 산을 찾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체력의 한계를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