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나와 더불어 하나 -졸시(拙詩) 〈해빙기(解氷期)〉 전문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나요?” “당연히 물이 됩니다.” “아닙니다. 봄이 되는 것이지요.” 겨우내 고뿔 앓던 대지가 숨을 몰아쉬기 시작합니다. 칼바람 지켜온 세월이 녹아내리는 실개천을 건너고, 남쪽에서 불어온 꽃향기가 온 누리에 가득합니다. 봄이 시작된 것이지요. 풋풋한 새 소리가 여명의 적막을 깨우며 날아다닙니다. 겨울의 꼬리가 감춰지는 봄의 여울목, 바람 소리가 문을 두드립니다. 길 어귀 고목들이 귀 기울여 다가오는 발걸음 소릴 듣는 지금, 마음이 먼저 봄 마중을 나섭니다. 돌다리 건너오며 수런대는 아지랑이, 연둣빛으로 젖어드는 풀꽃 내음, 시나브로 출렁이며 노래하는 초록 바다, 꽃술 터지는 함성…. 또다시 봄이 시작된 것이지요.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