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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왜 굳이 그 운동이어야 할까?

오랜 세월 공직자로 일하면서 골프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골프를 못 하는 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창피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지요. 북부지역 파주시의 부시장으로 부임해 관내 인사를 마치고 현안을 살펴보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부시장님! 주말에 운동 한 번 하시죠.” 인사차 들른 상공회의소 회장이 차담(茶談)이 끝날 무렵 요청했습니다. 제가 당연히 골프를 할 줄 알았겠지요. “죄송합니다. 제가 골프를 못 배웠습니다.” 그분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방을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다시 집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부시장님! 죄송합니다.” 거두절미하고 갑자기 사과부터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그분은 골프를 못 한다는 제 말이 자신을 속칭 업자로 치부해 거짓말을 한다고 짐작해 기분이 상했..

카테고리 없음 2021.10.06

이 시대의 워킹 맘(working mom)^*^

“홍 사장! 순댓국 한 그릇 합시다.” 경기관광공사 대표사원 임기를 마친 직후, 친분이 있는 전직 언론인 한 분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미 대표사원에서 물러났는데 여전히 사장이라 부르면서 말이지요. 그분을 만나 수원역 인근의 순댓국집에 갔습니다.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어쩐 일로 불현듯 저를 찾았는지 궁금해서 물었지요. “성희가 사표를 써서 가져갔는데 홍 사장이 휴직원으로 바꿔오라 했다며? 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몰라! 진작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현직에 있을 땐 좀 그래서 미뤘지. 이젠 퇴직했으니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점심이나 하자 그랬지...” 경기관광공사에서 일할 때 그분의 따님이 회계담당이었는데 착실하게 일을 잘해 평판이 정말 좋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카테고리 없음 2021.09.29

백담사와 자작나무 숲^*^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있지요. 그 정도로 강원도 인제는 산골이라는 말입니다. 인제에 있는 자작나무 숲과 백담사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3시간 넘게 자작나무 숲을 만난 건 행운이었지요. 8년 前, 한계령~대청봉~봉정암~백담사까지 11시간 산행을 한 이후, 오랫만에 다시 백담사엘 들었습니다. 재선충병으로 소나무를 베어버린 산에 심은 자작나무 숲이 이제는 인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지요. 인제의 자작나무 숲은 전국적으로 핫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지요. 백담사에선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추분이 지나고 가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득 耳順을 지난 인생최고의 ..

카테고리 없음 2021.09.26

한가위^*^

한 무리 소슬바람 가슴을 파고든다. 낮에도 별이 내리는 눈 시린 하늘자락 북소리 둥 둥 울리며 신명나게 춤을 춘다. 바람이 소릴 낳고, 소리는 새를 불러 눈빛 환한 은빛 날개 휘몰아쳐 날아든다. 휘영청 솟은 보름달 누리가득 빛난다. 보름달은 고향이다 어버이 얼굴이다. 희미한 옛 기억이 달빛에 젖어든다 한가위 어버이하늘에 술 한 잔을 올린다.

카테고리 없음 2021.09.19

이웃과 함께 하는 한가위 되기를...

이웃과 함께 하는 한가위 되기를... 한가위로도 불리는 추석명절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기나긴 여름날에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한꺼번에 씻어주고 가슴을 푸근하게 해주는 우리민족 최고의 명절이지요. 한가위 보름달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달을 바라보노라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고향의 산과 들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보름달이 떠오르면 이루지 못한 꿈이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어보는 것일 테지요. 한가위는 분명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져 덩실 덩실 춤출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주변을 살찌울 수 있는 귀한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지요. 한가위가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습..

카테고리 없음 2021.09.17

말은 약도 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말은 약도 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승표야! 죽기 살기로 공부해봐! 붙을 수도 있지 않겠니?” 고3여름방학을 앞두고 공무원시험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어차피 대학은 못갈 형편이니 연습 삼아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시큰둥했지요. 2학기도 남았고 군필(軍畢)가점도 없으니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해하는 저에게 어머니가 한 말씀 거든 것인데 그 소리를 들으니 보약 먹은 것처럼 힘이 솟구쳐 올랐지요. 그런데 어린 두 명의 남동생들과 한방을 쓰니 늦게까지 공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밤12시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하나를 마련해주었지요. 한 달 남짓 자정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쪽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었고 어머니..

카테고리 없음 2021.09.06

산소는 마음의 쉼터입니다.^^

처서(處暑)가 지나고 소슬바람이 제법 시원하고 하늘빛이 시리도록 맑은 날,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매년 느껴지는 감정은 다르게 다가오지요. 벌초를 한다고 해서 조상님들이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벌초를 하는 것은 추석 성묘를 할 때나 시제(時祭)를 지낼 때 마음이 홀가분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님을 잘 모신다는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정말 열심히 비지땀을 흘려가며 풀을 깎고 잡초를 뽑고 또 뽑았지요. 화장납골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소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산소는 돌아가신 분(亡者)의 휴식처이기도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저에게 있어서도 마음의 쉼터가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오랫동안 공직자로 살면서 승진을..

카테고리 없음 2021.09.03

거장(巨匠)의 품격^^

‘띠 라라라 라...’ 지난 4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마에스트로(maestro) 정명훈 공연 도중 난데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1부를 마친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2부를 시작하려던 순간이었지요. 모두 집중하던 시간에 울린 벨소리에 객석이 술렁였습니다. 중요한 순간, 놀란 청중들도 당황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금방 울렸던 휴대폰 벨소리를 그대로 피아노 건반으로 재치 있게 재현하는 순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청중들이 크게 환호하며 박수로 화답했지요. 그는 살짝 미소를 머금고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드는 추임새를 보인 뒤, 휴대폰 벨소리와 연주의 첫 음을 연결하며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거장(巨匠)다운 면모를 보여준 그에게 오랫동안 환호..

카테고리 없음 2021.08.30

올림픽 선수단의 희망 메시지^^

“메달을 걸고 왔어야 했는데 못 걸고 와서 99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를 4강으로 이끈 뒤 귀국한 김연경 선수가 공항에서 열린 귀국환영식에서 “감독이 김 선수를 100점 만점에 5,000점이라고 극찬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지요. “100점도 과하고 메달을 못 땄으니 99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장 하고 싶은 것은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누워서 치킨을 시켜 먹을 거다. 중국 리그에 가기 전까지 한두 달 정도 몸을 다시 만들어서 리그를 준비하겠다.”며 웃었지요. 그는 또 “사실 떠나기 전만 해도 예선 통과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를 안 한 건 사실이다. 우리가 원 팀으로 똘똘 뭉쳐서 이뤄낸 값진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역대 올림픽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1.08.23

어느 여름휴가, 뒷 이야기^^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고 방콕(?)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책 읽고 글 쓰며 지냈습니다.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가는 모임이 있지요. 네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몇 해 전,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함께 가서 머무른 곳은 속초에 있는 모 기업의 휴양시설이었지요. 비교적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고 설악산 조망이 좋은 것은 물론 바닷가도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밤에는 야외에서 생맥주도 마시고 노래방과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지요. 지하에는 사우나와 연결된 수영장도 있는 곳입니다. 방 2개를 빌려 남자와 여자들이 나누어 이용했지요. "우리 수영장엘 갑시다. 지하에 수영장이 있는데 깨끗하고 넓은 게 시설..

카테고리 없음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