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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휴가, 뒷 이야기^^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고 방콕(?)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책 읽고 글 쓰며 지냈습니다.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가는 모임이 있지요. 네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몇 해 전,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함께 가서 머무른 곳은 속초에 있는 모 기업의 휴양시설이었지요. 비교적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고 설악산 조망이 좋은 것은 물론 바닷가도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밤에는 야외에서 생맥주도 마시고 노래방과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지요. 지하에는 사우나와 연결된 수영장도 있는 곳입니다. 방 2개를 빌려 남자와 여자들이 나누어 이용했지요. "우리 수영장엘 갑시다. 지하에 수영장이 있는데 깨끗하고 넓은 게 시설..

카테고리 없음 2021.08.11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 철학 몸소 실천했던 지사님

1989년, 극심한 가뭄이 닥쳤습니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모내기철에 비가 오지 않으니 임시방편으로 개울이나 저수지 물을 퍼 올리는 양수 작업이 벌어졌지요. 당시 수행 비서였던 저도 임사빈 지사를 모시고 남양주 일대를 돌아보는데 5단 양수현장이 보였습니다. 장화를 준비해갔지만, 지사는 주저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맨발로 걸어갔지요. “어이쿠! 지사님과 군수님이 이곳까지 오셨네! 고맙고 힘이 납니다.” 땀 흘리며 일하던 농민들이 도지사와 군수를 보고 깜짝 놀라며 웃는 얼굴로 반겼습니다. 잠시 뒤 아낙들이 새참으로 두부김치와 막걸리를 가져왔지요. “지사님! 한 대포 하시지요.” 연세 지긋한 농부가 양재기에 막걸리를 가득 부어 권했습니다. 지사는 단숨에 들이켠 후, 손가락을 쪽쪽 핥..

카테고리 없음 2021.08.10

비 오시는 날, 창가에 앉아^^

비 오시는 날, 창가에 앉아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없으니 쉴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이른 아침, ‘소고기 등심 굽는 소리’에 잠깨어나 창밖을 보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눈비비고 일어나 우두커니 앉았지요. 너른 고을(廣州)에서 지내던 시절의 기억들이 무지개처럼 떠올랐습니다. 며칠이고 비가 오시는 날이면 동네 형들과 함께 고기 잡는 그물을 둘러매고 개울로 나갔지요. 비가 많이 오고 물살이 발라지면 고기들이 얕은 물 가장자리로 나와 잡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물이 잔잔한 날엔 어항을 놓거나 그물로 고기를 잡는데 피라미가 대부분이었지요. 그러나 물이 불어난 날엔 피라미는 물론 미꾸라지, 붕어, 새우 등 다양한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손질한 고기와 새..

카테고리 없음 2021.08.06

말뿐인 협치, 행동으로 옮겨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협치(協治)의 길을 택했습니다. 서울도시공사(SH)사장임명을 두고 시의회와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을 수용한 것이지요. 물론 김현아 후보가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안팎의 비판을 적극 수용한 결과라는 게 정설입니다. 서울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의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오 시장의 의지대로 SH공사 사장을 임명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서울시정을 이끌어나가는데 부담이 될 문제를 털어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거대여당의 뒷배를 믿고 인사전횡의 극치를 보여준 독선과 비교되는 일이지요. 오 시장의 협치의 실천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하고 법사위원장을 후반기에는 야당에 넘기기로 ..

카테고리 없음 2021.08.03

돌다리를 건너며^!^

흐르는 물소리에 흔들리지 말아야해 내려놓고 비워놓고 돌아갈 줄 알아야해 한 개씩 건너가다가 남길 줄도 알아야해 뒤뚱대며 길을 가던 幼年의 뒷자락엔 손잡아 이끌어 준 어머니 손길 있지 졸졸졸 물소리 따라 흘러가는 헛기침 때로는 멈춰 서서 생각도 멈춰야 해 산 넘고 들을 지나 개울 길이 막히면 그 곳에 돌다릴 놓아 우리 함께 건너야 해

카테고리 없음 2021.07.27

달라도 너무 다른 곰 팔자^^

1981년 봄, 광주군청에서 일할 때, 팔당 상류 퇴촌면에 반달곰이 나타났습니다. 그 후,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취재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지요. 속칭 포수로 불리는 전문 엽사(獵師)를 동반한 경찰이 추적에 나섰고 언론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했습니다. 공보업무를 담당한 저도 상황실이 마련된 퇴촌면사무소에 상주하며 출입기자는 물론 중앙에서 내려온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도왔습니다. 경찰과 엽사들이 일주일을 산등성이와 계곡으로 곰을 쫓아다닌 끝에 결국, 곰은 총을 맞고 숨을 거두었지요. 이 후, 곰쓸개는 D제약회사에서 1천6백만 원에 팔렸는데 유명 탤런트를 내세워 간 기능 개선제품광고를 해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광주군은 이 돈으로 '반달곰 장학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요. “부시장님! 천리에 곰 두 마..

카테고리 없음 2021.07.20

빚 늘려 대물림 하는 건, 참 어른이 아닙니다.^^

빚 늘려 대물림 하는 건, 참 어른이 아닙니다. 세상은 내 맘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고 누구도 내 맘대로 살아가는 게 어렵습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 이치이지요. 결혼하고 방2개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고향에 내려가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뜬금없이 한 마디 던지셨지요. “돈은 모아놓은 게 있니?” “조금 모자라는데 대출을 받으면 됩니다.” “공무원 월급으로 살기도 빠듯할 텐데...” 갑자기 머리가 허여 지더니 뒷덜미가 뻐근해졌습니다. 수학적으로 생각하니 그게 만만치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도 죽어라 아끼고 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중도금을 치를 무렵, 부족한 돈을 마련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부모님이 거금 1천만 원을 선뜻 보태주셨지요...

카테고리 없음 2021.07.13

사라진 '손 글씨'의 추억^^

사라진 ‘손 글씨’의 추억 “홍 이병! 너는 각개전투장 가지 말고 대기해” “네! 알겠습니다.” 군 입대 후, 논산 훈련소 훈련병 때 일입니다. 중대본부 서무계 일을 보는 김 상병이 차트 보고서 쓰는 일을 하자고 했지요. 종합각개전투장 훈련은 모두들 힘들어하는 시간이었는데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글씨를 쓰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요. 차라리 동료들과 훈련받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훈련기간 중 몇 차례 더 차출돼 글 쓰는 일을 도왔지요. 자대배치 후에도 차트 보고서 쓰는 일을 거의 전담했고 심지어 선임 상병의 ‘펜팔편지’를 대필해줄 때도 있었습니다. 회의서류 등을 만들 때는 속칭 가리방(등사판의 일본어)글씨 쓰는 일을 전담했지요. 가리방은 철필(鉄筆)로 기름종이를 긁어 잉크..

카테고리 없음 2021.07.07

어느 '용비어천가'를 듣고나서^^

“부시장님! 저 7월말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1년밖에 안됐는데 왜?”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지난해 도청에서 일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공기업 본부장으로 일하던 후배와 모처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지난 6월 말 명예 퇴직한 또 다른 후배를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한 것이지요. 한 달 전쯤 도청 후배국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선배님! 잘 계시죠? 거긴 일하기가 어때요?” 뜬금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지요. “그렇지 뭐, 도청보다는 편해...” 그 후배는 연말에 명퇴대상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리 말하곤 까마득히 잊어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인사처장이 오후에 잠깐 보자고 했다지요. 순간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는데 그게 그 후배의 전화였다는 겁니..

카테고리 없음 2021.07.03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진다.^^

“홍 부시장님! 저하고 일본에 함께 다녀오시지요.” 과천에서 일할 때, 최종수 문화원장이 제안을 했습니다. 3천점이 넘는 추사 관련 자료를 과천시에 기증한 ‘후지츠카아키나오(藤塚明直)’ 선생의 기일에 가자는 것이었지요. 당시 과천시는 추사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과지초당(瓜地草堂)’을 복원하고 ‘추사박물관’ 건립을 준비했는데 그 중심에 최 원장이 있었습니다. 치열한 삶으로 대업을 이룬 추사, 그를 기리는 최 원장의 열정과 가치 있는 삶을 존경하던 터라 쾌히 응했지요. 단둘이 당일치기로 일본으로 날아가 묘역을 찾아 꽃과 술 한 잔 곁들여 절을 올리고 왔습니다. 추사는 말년에 4년 동안 과천에서 달관한 인생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지요. 추사가 귀양지인 제주도로 가기 전, 오랜 벗 초의선사를 만나기 위해 해남 대..

카테고리 없음 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