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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바람이 부는 날에는...

4년 만에 낯설은 하늘 길을 날아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집 떠나면 ㄱ고생이라지만 삶의 더께를 씻는 시간이지요.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는 보물같은 시간입니다. 그동안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었지요. 저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시간도 참 많았습니다. 이제는 저도 제 자신을 위해 살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지요. 바람불면 이곳 저곳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16

보훈은 국격(國格)의 바로미터입니다.^^

“정 병장! 이 친구 누구야?” “이번에 새로 전입 왔는데 홍 병장님이 현역일 때, 후임병사들을 한 번도 안 때리고 제대했다는 말을 했더니 꼭 뵙고 싶다고 해서 함께 나왔습니다.” 전역 후, 직속 후임병사 면회를 간 날, 처음 보는 일병이 나왔습니다. 구타전성시대(?)에 후임병사를 한 번도 안 때렸다는 저를 보고 싶다고 해 함께 나왔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저는 34개월 넘는 군 생활동안 한 번도 손찌검을 안 했습니다. “부대원들은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형제들이니 존중해주고 절대 때리지 마라!”는 아버지 말씀이 가슴 속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지요. 3곳의 부시장으로 일하며 보훈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애쓴 것도 아버지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정 여건상 보훈수당을 넉넉하게 편성할 수 없었던 것은..

카테고리 없음 2023.06.16

‘부처님의 慈悲, 온 누리에...^^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大悲의 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꾸게 합니다. 오늘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回心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등불입니다.” -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봉축법어 중 일부 - 오늘이 佛紀 2567주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종교를 떠나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넉넉한 마음이 온 누리에 넘쳐흐르기를 기대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특집 아침마당에서 비구니 스님이 목사님과 신부님, 교무님과 함께 4중창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나와 내 마음이 귀하면 다른 사람과 그 사람의 마음도 소중한 것이지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이유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오늘을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분..

카테고리 없음 2023.05.27

어느 골프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골퍼들의 로망이자 골프장의 황금기인 5월 주말,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시민들이 콘서트를 즐기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특히 자선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0년 파주시 부시장으로 일할 때, 서원 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그린콘서트 개막식 축하 말씀의 일부분입니다. 그 당시 류화선 시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참석한 것이지요. 신록이 검푸른 빛을 더해가는 5월의 끝자락에 걸린 주말을 골프장에서 보냈습니다. 서원 밸리 골프장에서 자선바자회를 겸한 그린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고 뒹굴며 그림도 그리고 오행시를 짓습니다. 배드민턴이나 야구를 하거나 ..

카테고리 없음 2023.05.18

벗지 못하는 완장의 굴레^^

“공직자로서 부주의하게 처신해 논란을 일으키고,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수신(修身)에 더욱 힘쓰고, 시민만을 바라보며...” 일명 ‘황제수영’으로 논란이 된 김경일 파주시장과 시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발표하자 공식 사과하고 나섰습니다. 김 시장과 목진현 시의원은 최근, 민간 위탁업체가 운영하는 파주시 소유의 한 수영장에서 점검시간에 특별 수영 강습을 받아 논란이 일었지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발표가 있자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완장행세에 거짓말까지 했으니 처신이 어렵게 됐지요. 그런데 선출직 시장은 처벌할 수 없고 시의원만 시의회에서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

카테고리 없음 2023.05.15

어린이를 도울 줄 알아야 진짜 어른입니다.^^

파주에서 일할 때 초빙한 강사가 사정이 생겨 우연히 특강을 하게 됐는데, 강의를 마치면서 다소 뜬금없이 물어봤습니다. “다만 얼마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시겠습니까?” 열 사람이 채 안 되었지요. 다시 한마디 던졌습니다. “사회복지는 국민 복리 향상을 위한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중요한데 실망스럽네요. 일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야말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분들 아닙니까.” 꼭 제 말 때문이랄 수는 없겠지만, 이후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매월 월급의 1%를 모금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지요. 저는 사회복지 직렬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시청의 공직자가 모두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시장에게 제안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3.05.05

어버이는 不滅의 神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끼니를 걱정하는 집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쌀을 봉지에 담아 나간 후, 빈손으로 돌아왔지요. 그러다 ‘우리도 궁색한 처지에 다른 집 돕는 게 가당한 일이냐?’는 엄마 역정에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습니다. 우리 살림도 녹록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부모님이 크게 다투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았고 해거리로 논밭을 팔아가며 6남매를 공부시켰지요. "여보! 공부를 못하면 몰라도 공부 잘하는 애를 어떻게 고등학교를 안 보내요?" 6남매는 공부를 제법 잘했는데, 부모님은 그게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땐 잘사는 집도 중학교만 보내는 걸 당연하게 여겼지요.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자식들 때문에 남보다 더 고생하신 겁니다. 어둠이 내리는 우물가에 앉아어깨를 들..

카테고리 없음 2023.04.30

수원의 명물, 화성어차(御車)^^

“과장님! 수원화성을 돌아보는 열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2001년, 경기도청에서 문화정책과장으로 일할 때, 수원시청의 김충영 과장이 찾아왔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맞춰 국내외 방문객이 열차를 타고 수원화성을 돌아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지요. 그의 말에 따르면, “관광과에 갔더니 수원화성은 문화유산이니 문화정책과 소관이라고 발뺌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열차 2대를 만들고 노선을 정비하는데 15억 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절반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수원에는 수원화성과 행궁 외엔 특별한 관광 콘텐츠가 없으니 화성열차를 통해 관광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공감, 의기투합했지요. 그를 만난 지 사흘 후, 두 명의 직원과 여수엘 갔습니다. 오동도를 운행하는 ‘..

카테고리 없음 2023.04.24

한 후배공무원의 명퇴^^

4월 첫날, 이른 시간에 파주시청에서 함께 일했던 이주현 국장으로부터 카 톡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부시장님을 생각하면 이 글이 생각납니다. 인생이란 한판의 포커 게임과 같은데 좋은 패만 골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일단 패를 받았으면 그 패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끌어가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각자의 답을 현명하게 찾아 가는 것일 뿐입니다. 각별하신 사랑 많이 고마웠습니다.’ 만우절이라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삶의 변곡점이 되는 거취를 표명한 것이라서 곧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 국장! 아직 명예퇴직 할 때가 안됐잖아?” “네! 내년 6월말인데 3월 31일 날 사표를 던졌습니다.”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핵심사업 예산이 전액..

카테고리 없음 2023.04.11

새 봄날, 새 옷을 입으며^^

새 봄날, 새 옷을 입으며 “사장님! 홍비서도 사이즈를 재주세요.” “지사님!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야! 연말선물로 내가 양복(洋服)한 벌 선물해주는 거야! 수행비서는 말이야 지사얼굴이고 지사를 돋보이게 하는 사람이야!” 임사빈 지사 수행비서로 일하던 어느 해 연말입니다. 지사께서 정장 한 벌을 맞추신다고 수원 중동 네거리 조흥은행 맞은편에 있는 미조사 양복점 엘 들어갔지요. 양복치수를 잰 지사께서 저에게도 사이즈를 재라고 했습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사장이 재빠르게 제 윗저고리를 벗기곤 치수를 재기 시작했지요. 아마도 제가 박봉에 양복을 맞춰 입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신 건지도 모릅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얼떨결에 맞춤양복을 입게 됐는데 옷이 편하고 맵시가 빼어나 오랫동안 즐..

카테고리 없음 2023.04.03